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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culture project 9th

with Cha Jong-Rye

RETURN TO THE LIMITLESS

차종례는 나무를 재료로 작업한다. 부드럽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돌만큼이나 딱딱한 나무도 여럿 있지만, 그것의 성결과는 크게 관계없이 자신의 몸짓과 호흡을 온전히 받아주는 나무에 마음을 실어낸다. 크고 작은 덩어리째로 만나기도하고 작고 비슷한 단편들을 하나둘 이어가면서 나무와의 이런저런 이야기장을 펼쳐나간다. 몸과 마음을 움직여 형태를 찾아들어가기도 하고 이야기를 건네며 끄집어내기도 한다. 조심스레 두드리고 쪼아내며 자연과 자신을 깨우고 잘게 자른 나무 단편들을 이어붙이고 갈아내며 소소한 우리네 삶의 풍경을 직조한다. 이러한 차종례의 작업은 저멀리 하늘 끝에서 누군가가 내려다본 세상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대자연의 심오한 내재율(內在律)일 수도 있다.

이렇듯 몸과 마음으로 자연에 다가가 그들의 숨결과 감정을 바라보고 두드리고 일으켜 세우고 어루만진 차종례의 나무작업은 지난한 노력과 행위가 반복되는 인고의 수행과정이다. 그것은 불타의 묵언수행(黙言修行)과도 같아 보인다. 작가 특유의 참선으로도 보인다. 작가는 나무라는 재료를 자신의 조형적 욕심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서 취하기보다는, 그러한 모든 이기적 욕망을 스스로 던져버리고 지우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속 깊은 자기 성찰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차종례는 끝이 안보일 것 같은, 무모한 노동과도 같은 작업 과정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자신의 내면에 잠복되어 있는 번뇌와 나약함을 다스린다. 나아가 그러한 이기적 욕망에 의해 스스로 상처받는 세상의 이런저런 나약함과 번뇌를 반추한다.

차종례는 온전히 나무에 자신을 맡긴 채 세속적 영욕을 다스리듯 잠재운다. 깎아내고 쪼아낸 행위의 결과와 비슷비슷한 형태가 그 크기와 높낮이를 달리하며 작품 속 여기저기 출몰한다. 하나하나 깎아내었다기보다는 대지로부터 한꺼번에 크게 솟아난 듯한 형국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또다른 소통가능성과 순서가 확연하게 드러나거나 잡히지 않는, 결코 선후를 다투지 않는 아름다운 출몰을 경험할 수 있다. 나무라는 재료가 지닌 물성에 대한 직접적 탐구라기보다는 그것이 지닌 결을 따라가며, 혹은 거스르며 의식의 흐름을 반영해내는 차종례식 물아합일(物我合一)이 시선을 끈다.

차종례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두드림과 기다림이다. 전시된 일부 작품들의 표면에서 볼 수 있듯, 무수히 많은 두드림과 쪼아내는 행위가 반복된다. 나무에게는 상처일 수 있는, 나무에 이야기를 건네고 마음을 전하는 차종례식 대화 방법 중 하나다. 나무에 드러나는 작가의 떨림과 나무가 드러내는 울림이 정겹다. 다투기보다는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심리적으로 좁혀나가려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빛난다. 반복과 증식(增殖), 생성(生成)과 소멸(消滅)을 끊임없이 거듭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네 무상한 인생과도 닮았다. 차종례는 나무라는 재료가 지닌 물성에 대한 직접적인 탐구보다는 그것이 지닌 숨결을 존중하고 따라가며, 혹은 거스르며 대자연의 기운과 자신의 의식 흐름을 반영한다. 이렇게 끌어올린 대자연과 작가의, 물리적 외재율과 심리적 내재율은 시나브로 영원(永遠)속으로 사라진다.

이번 전시는 차종례가 생활 속에서 자연과 나누는 이야기가 따스한 들숨과 날숨으로 배어 있는 “드러내기와 드러나기” 연작 20여점을 소개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무엇으로도 테두리지우고 한정할 수 없는 우리네 삶과 자연, 차종례가 제시하는 특별한 만남의 장(場), 우주를 향해 활짝 열린 무한(無限)의 세계가 가득하다. 존재의 외재율(外在律)과 내재율(內在律)을 따르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표상(表象)과도 같은 차종례의 작업에 스며있는 비물질적 기운이 압권이다. 작품 속 형상들은 하늘에 닿으려는 듯 몸집을 줄여나가며 이리저리 꿈틀거린다. 우주와 자연에 켜켜이 쌓여 있는 영겁의 세월을 증거라도 하듯 규칙적인 모듈의 감소를 드러낸다. 나름의 방향성을 가진 이들은 결국 각각의 꼭지점을 남기고 증발하듯 무한으로 사라진다. 존재의 시원으로 돌아가려는 몸짓이다. 차종례는 완성태로써 이들을 드러내기보다는 살아 꿈틀거리는 현재진행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리적인 퇴적지층의 형식으로 영겁을 증거하기보다는 생물로서 그것을 인식하고 있음이다.

차종례의 작업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나”가 아닌, “또다른 나”를 조우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불타가 말하는 “참된 나”를 찾는 과정일 것이며 작가가 수행하는 작업의 궁극적 목적일 것이다. 그의 작업은 주위 다른 누군가로부터 어떤 힘을 빌려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율의지를 따라 적극적으로 몸과 맘을 움직여 깨닫고 걷잡는, “참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번 전시는 마치 천불천탑(千佛千塔)을 빚어내듯 공들여 쌓아 올려낸 차종례의 심결과 재료의 물성 그리고 결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천남 /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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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iar or unfamiliar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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